2025년 08월 24일
목요일마다의 저녁식사
8월 24일
J의 집에 방문했다. 아직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지 않은 아가를 만났다. 손톱과 발톱, 눈맞춤까지 하나하나 기적이 아닌 게 없다. 안았을 때 목에 폭 얼굴을 파묻는 그 순간의 냄새와 아기의 무게가 좋았다. 작은 존재를 안아주면서, 커다란 어른이 안기는 기분. 무슨 일이 있어도 삶은 또 지속된다는 게, 그리고 그래야 한다는 게 참 무섭고 또 어떻게 보면 그래도 다행이란 마음이 든다.
J는 삶의 과제들을 해결하는 중이었고 우리에게 반복해서 조언해주었다. 첫번째, 빨리 난자를 얼릴 것. 두번째, 묫자리를 미리 봐둘 것. 두 가지를 동시에 깨닫게 된 J가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마음을 어쩔줄 모르겠다. 집안 곳곳에 남은 사진들, 아이와 함께하고 있는 도전의 순간들이 포스트잇에 기록되어 붙어있었다. 애도란 한순간에 끝나는 게 아니란 걸 이야기하면서 H가 아버지가 해주신 이야기를 했다. 안고 살아가는 것이고, 사람들과 계속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매주 한 번 목요일마다 식구들이 모여서 무엇을 우리가 그리워하고 있는지 이야기 했고, 덕분에 살아갔다는 이야길 나눠주었다.
집에 돌아와서 티셔츠를 벗는데, 아기 냄새가 났다. 목을 파묻고 안겨있던 아기의 말랑말랑한 볼과 종아리, 발바닥의 감촉이 다시 떠올랐다. 곧장 침대에 누워 밀린 주말 낮잠을 잤다. 왜인지 너무나 깨끗하고 개운한 낮잠이었다.